경로당·전통시장으로 확대 지난 11월 22일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청주 중앙공원 한쪽에 있는 천막 안에서는 70~80대 노인 20여명이 쪽파 다듬기에 나서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우리도와 충청북도새마을회,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청주시새마을회, 충청북도사회서비스원, 사단법인 함께하는 나눔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어르신들의 사회적 참여 확대와 지역사회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일하는 밥퍼’ 사업이었다.
'일하는 밥퍼' 사업이 저소득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상품권 소비로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하는 밥퍼’ 사업은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경로당이나 전통시장에서 기업, 농가, 상인 등과 연계해 쪽파나 마늘 다듬기 등과 같은 농산물 전처리 및 공산품 조립 등 생산적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은 2시간 동안 일하고 봉사 수당으로 온누리상품권 1만5천원을 받았다.
현재 이 사업은 경로당과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어르신들에게는 생산적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전처리 작업과 같은 생산적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의 노동력을 보완하며 지역경제 선순환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종합시장 채소 전처리 작업장 안에서 70~80대 노인 20여명이 테이블에 쌓인 깐마늘을 손질하는 작업에 참여했으며 마당에서는 5명이 쪽파를 다듬기고 했다.
소윤호 육거리시장 상인회장은 “이날 시장 상점 2곳에서 맡긴 마늘 200㎏과 쪽파 10단을 작업했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일을 마치신 어르신들이 상품권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장을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늘 꼭지 따기 작업에 참여한 김분자(72)씨는 “마늘 손질은 집에서 늘 하던 일이라 익숙하다”며 “집에서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고 여럿이 모여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박노인(86)씨는 “여기 오기 전에는 경로당에서 TV를 보거나 누워있는 게 일상이었다”며 “일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고 했다.
노인·상인을 위한 ‘생산적 복지’ 강춘자(82)씨는 “온누리상품권을 모아서 시장에서 반찬도 사고, 김장 재료를 살 계획”이라며 웃었다.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 청소 봉사를 중간에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던 참여자도 있었다.
일하는 밥퍼는 지난 9월 초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첫선을 보였다. 상당공원에서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노숙자나 저소득 노인 등 25명을 선발해 마늘 손질과 케이블 타이 정리를 맡긴 뒤 한명당 8천원짜리 식권을 나눠줬다. 작업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였으며 일을 마친 참여자는 봉사단체인 ‘어울림’과 연계한 식당(4곳)을 골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일하는 밥퍼' 참여자의 감사 편지
이정우 일하는 밥퍼 실버봉사단장은 “공짜 밥을 먹고 눈치 보던 이들이 떳떳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일하는 밥퍼는 노인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해 자존감을 높이는 ‘생산적 복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도는 시장 상인회와 간담회를 통해 채소를 팔기 전 전처리 작업을 돕는 인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수렴하고 10월 11일 먼저 전통시장중 가장 규모가 큰 육거리 시장에서 ‘일하는 밥퍼’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이어 10월 21일에는 청주 사창시장과 두꺼비 시장에도 ‘일하는 밥퍼’ 사업을 확대했다. 시장 상인들은 채소를 매대에 내놓기 전 다듬기 작업을 혼자 해왔는데 양이 많을 때 급하게 인부를 구하기도 어려워 밤늦게까지 혼자 작업하는 일이 많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인들은 일하는 밥퍼 사업을 통해 저렴한 비용에 전처리 작업을 맡길 수 있어 장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일하는 밥퍼 사업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일하는 밥퍼’ 사업이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노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상품권 소비로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을 기대되고 있으며 품이 많이 드는 채소 손질 작업을 저렴하게 처리하는 시장 상인들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