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 [다시 찾은 보물]
육백 년의 향기로 살아난 연제리 모과나무 1부
'다시 찾은 보물 - 청주의 문화유산'

‘다시찾은보물’은 2023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 [다음세대 기록활동]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시리즈로 청주의 문화자원을 6개 테마로 구분하여 글, 그림, 사진으로 엮은 책입니다. 문화유산, 역사인물, 숲길산길, 예술인, 교육유산, 미래유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 편에서는 ‘1권: 문화유산’을 게재합니다.
Cheapter8-1. 육백 년의 향기로 살아난 연제리 모과나무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연제리에는 육백 년의 향기를 품은 모과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522호로 지정된 노거수이다. 전국에서 도지정 문화재로는 경남 의령군 의령읍 중리에 소재한 충익사 모과나무 등 몇 그루가 있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과나무는 연제리 모과나무가 유일하다. 근래에 경남 창녕군 남지읍 성사리에서 연제리 모과나무보다 가슴 높이의 둘레가 큰 모과나무가 발견되었다고 인터넷 뉴스에 보도된 바 있지만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의령 충익사 모과나무는 의령군 가래면 수성리에 있던 것을 1978년에 곽재우 의병장 유적지 정화사업을 실시할 때 이곳 충익사로 옮겨 심은 것이고, 창녕 성사리 모과나무 역시 개인이 펜션을 새로 지으면서 민가에 옮겨다 심은 것이어서 역사적 가치로는 원위치에서 모진 세월을 견뎌온 연제리 모과나무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연제리 모과나무의 봄 모습



모과는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과목인 모과나무의 열매로서 한문으로는 ‘목과(木瓜)’라고 쓰지만 읽을 때는 활음조 현상에 의해 ‘모과’라고 발음한다. 목과는 모과를 한방에서 쓰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목과는 모과를 말려서 약용한 것을 말하며, 목과는 그 성질이 따뜻해서 근육의 굴신 장애와 각기병 그리고 토사곽란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참고로 목과(木果)는 나무의 열매를 뜻하는 단어로서 모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말이다. 그리고 중국어의 목과(木瓜)는 우리나라의 모과가 아니라 파파야를 지칭하는 것이어서 혹시 중국에 가서 착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서는 방언으로 흔히 ‘모개’라 부른다.
모과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많이 자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국이상국집』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늦어도 고려시대에는 유입되어 재배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은 전국 어디서나 정원수로 심지만 예전에는 주로 전남·충남·경기도 일대 등 한반도 서부에서 많이 재배하였다. 전원주택이 유행하면서 정원을 장식하는 나무로 모과나무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가장 인기다. 수형이 좋은 나무는 부르는 게 값인데, 어린 묘목을 사다 심어도 몇 년 지나면 오래된 나무처럼 줄기가 단단하고 고색을 띠게 되어 고목처럼 보인다.
모과의 생김새와 크기는 커다란 배(梨)와 같다. 모과의 표면은 울퉁불퉁하여 흔히 못생긴 과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으며, 옛날 속담에는 과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키고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면서 못난이 취급을 받았다. 그래도 잘 자란 모과를 보면 미끈하게 잘 생기고 향기도 좋고 약재로도 유용하다. 모과에 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세 번 놀라는 과일이라는 것이다. 꽃이 아름다운데 비하여 열매는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가 향기가 너무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가 그렇게 좋은데 비하여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어서 3번 놀란다고 한다. 거기에 과실이 아니라 목재도 목질이 좋고 한약재로도 사용하여 쓰임새가 많아서 네 번 놀란다고도 한다. 못생긴 생김새에 비해 향이 좋고 쓰임새가 많아 예로부터 방향제, 차 등으로 애용되어 ‘탱자는 매끈해도 거지의 손에서 놀고, 모과는 얽어도 선비의 손에서 논다’라는 속담도 있다. 모과가 들어간 속담 중에 모과를 좋게 평하는 속담은 이렇게 인색하고, 칭찬하는 말에서도 못생겼다는 표현은 빠지지 않는다. 모과의 껍질은 목질이기 때문에 단단해서 자르기가 어려운 과일에 속한다. 힘센 남자라도 모양 좋게 자르기가 쉽지 않다.

황금색의 모과열매



모과는 못생긴 겉모양새와 달리 쓰임새가 많은 과일이다. 향이 특별나게 좋아서 방이나 사무실에 열매 한 개만 놓아도 천연 방향제가 된다. 식용으로 쓸 수도 있긴 하나 생과의 맛이 시고 떫어 보통 생으로는 먹지 않고 꿀이나 설탕에 재운 청을 만들어서 모과차로 마신다. 이밖에 꿀에 졸여서 과자의 일종인 정과로 만들어 먹거나 건강원에서 즙으로 내려 두고두고 마시기도 한다. 옛날부터 쉬운 방법으로는 술로 담가 마시는 것이고, 한방에서는 약으로 쓴다. 모과의 약효는 일반적으로 기관지 질환이나 가래 그리고 천식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소화기능에도 효능이 있어 배앓이에 도움을 준다. 더하여 숙취해소에도 매우 좋다. 비타민C와 탄닌 성분이 많아 피로회복에도 좋으며 근육을 부드럽게 해주기에 과로로 인한 근육통 완화에도 좋다. 서양에선 마르멜로(marmelo)라는 모과와 흡사한 과일을 가공하여 잼, 절임, 음료 등으로 만들거나 절여서 파이로 만드는 경우도 있으며, 미군의 전투식량으로도 모과 잼이 보급된 적이 있었다. 또한 모과의 종류 중 구워서 먹는 모과도 있으며 별미라고 한다.
마이카 시대에 접어들던 1980~1990년대에는 자동차에 모과 한두 개를 바구니에 담아 놓아 방향제로 쓰는 것이 유행하였는데, 부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유럽의 마르멜로라는 과일은 모과와 사과를 합쳐놓은 것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 과일의 조리법이나 과육의 단단함, 생으로는 못 먹는다는 특징 등이 묘하게 모과랑 닮았다. 번역도 유럽모과로 되는 과일이고, 모과 역시 마르멜로의 이명인 퀸스(quince)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이 둘은 장미과란 점만 비슷할 뿐 속 단위에서 완전히 다른 별개의 과일이다. 마찬가지로 메들라(medlar)라는 과일 역시 모과와 모양새부터가 완전히 다름에도 서양모과로 번역된다.
중국이 고향인 모과는 동양에서 매우 오래된 과일나무다. 『시경』 위풍(衛風) 편에 실린 ‘모과(木瓜)’는 ‘나에게 모과를 보내주었으니 아름다운 패옥으로 답례하였다’는 말로 시작한다. 친구나 애인 사이에 사랑의 증표로 모과를 주고받았다는 뜻이다. 2~3천 년 전에도 모과는 이렇게 귀한 물건이었다. 고려 말 이규보가 지인 『동국이상국집』 고율시(古律詩)에 모과에 관한 이야기가 전한다. 이규보는 어느 날 보광사 스님을 비롯한 몇 사람과 함께 즐겁게 밤을 새워 놀다가 스님이 내온 모과를 보고 시 한 수를 읊었다. ‘반쪽 붉은 모과가/편편이 칼끝에 떨어지네/융숭한 대접을 어찌 갚을까/좋은 패옥 없어 부끄럽기만 하네’라는 시이다. 시경에 모과를 받고 패옥으로 답례했다는 구절에 빗대어 스님이 내어 준 모과의 대접에 자신은 패옥이 없음을 미안해하며 넋두리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2부에서 계속>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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