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은보물’은 2023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 [다음세대 기록활동]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시리즈로 청주의 문화자원을 6개 테마로 구분하여 글, 그림, 사진으로 엮은 책입니다. 문화유산, 역사인물, 숲길산길, 예술인, 교육유산, 미래유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 편에서는 ‘1권: 문화유산’을 게재합니다.
Cheapter9-4. 폐가에서 문화재로, 옥산 수천암 수천암이 빈집으로 20년 가까이 방치되니 서서히 지붕이 무너지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폐가가 되어 보존이 어려운 상태가 되었고, 결국 1998년에 문중에서도 더 이상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종친회에서 철거하기로 결정하였다. 나중에 우연히 이 소식을 들은 나는 매우 놀라서 한 동안 할 말을 잃었다. 조상이 남긴 중요한 유산일 뿐만 아니라 문화재로서도 매우 가치가 있는 건물인데 그대로 없앨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며칠 동안 고민을 거듭하다가 종친회장께 수천암 철거를 재고하여 달라고 간청하였다. 당시 종친회장은 나의 재종조이시며 평생 공무원을 지내시어 합리적이고 성품도 좋으신 분이었다. 간절하면 통하는지 종친회에서도 나의 의견을 존중하여 대책을 더 논의하는 것으로 일단 철거를 보류하고 나에게 잘 알아서 해보라는 승낙을 하였다.
이후 나는 청원군청 문화재 담당자에게 협조를 부탁하여 약간의 보조금을 받고, 종친회에서도 거금을 지원하여 한옥을 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리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되었다. 한옥을 보수하여 번듯한 모습으로 되살려 놓았지만 거주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다시 빈집으로 10년쯤이 지나니 다시 폐허가 되어 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국 해결방법은 내가 직접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지난 2009년부터 서재를 겸하여 주말 주택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에 충청북도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여 문화재자료 제68호로 지정받았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들어가 집안을 쓸고 닦으며 풀을 뽑고 잔디를 관리하고 집 안팎에 나무와 꽃들을 심었더니 지금은 고급스런 한옥 별서로 꾸며져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생겨났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하던 폐가가 감쪽같이 아름답고 품격이 있는 문화재로 거듭난 것이다. 밖에서 보는 수천암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 같지만 대청마루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면 평화로운 전원풍광이 절경이다. 차경(借景)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수천암에 들어갈 때마다 쉴 시간도 없이 청소하고 풀 뽑느라 바쁘고 힘들기도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으니 큰 보람을 느낀다.
수천암 편액
철거 위기를 넘겨 집을 살려낸 후 나는 수시로 들어가 안팎을 쓸고 닦으며 담장과 주차장 아래 경사지 등 빈자리에 직접 어린 묘목을 사다가 심었더니 어느새 나무들도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후 나랏돈으로 뜨락 축대를 새로 쌓았고, 2021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지붕을 전면 해체하여 수리하는 대공사도 마쳤다. 그러고 풀이 무성하면 정기적으로 문화재돌봄사업단에서 제초작업을 해주고, 목조문화재의 적인 흰개미 등의 해충 피해가 없는지, 큰비가 내리면 수해를 입지 않았는지 그때마다 모니터링을 해준다. 이러한 혜택을 받으면서 나 혼자 즐기고 문중 재산으로서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대문을 활짝 열어 일반에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관람객이 가끔 오긴 하지만 아무래도 쉽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만 삐쭉 들여다보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해체 수리가 끝난 2022년 가을에 생각을 굳혔다. 청주 신항서원에서 활용사업을 진행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청주역사문화학교에 의뢰하여 문화재활용사업 계획서를 청주시에 제출하였고, 다행히 문화재청 심사를 통과하여 2023년에 첫 사업을 시작하였다.
꽉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고 수천암을 세상에 공개하여 고택음악회와 내 안의 고요를 찾는 1박2일 스테이, 주민 경로잔치, 옛날소풍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시행 첫 해라 다소 부족함도 있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옥산면 이웃 주민들의 호응과 관심이 높아진 것이 최대의 수확이다. 내년에는 더 성숙된 프로그램이 되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 철거될 위기의 폐가에서 문화재로 변신하였으니 지역문화를 계승하는 사랑방으로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