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갑자기 휘청였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경사도 아니었는데, 발목이 접질린 적이 있었다면 ‘피로’라는 말로 넘기지 않아야 한다. 발목이 자주 꺾이고 접질리는 경험은 ‘발목 불안정증’일 수 있다. 반복적인 염좌나 외상 이후 인대가 느슨해지고, 근육과 신경의 조화가 깨지면 발목은 균형을 잃는다. 처음에는 사소한 불편감이지만, 점점 걸음걸이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자주 휘청이는 발걸음은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발목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바로 인대, 근육, 신경이다. 이 중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균형은 금세 무너진다. 기능적으로는 근육의 협응력과 신경의 반응이, 구조적으로는 인대의 탄성과 지지력이 중심을 잡는다. 기능이 떨어지면 중심을 잡는 능력이 둔해지고 구조가 무너지면 발목 자체가 느슨하게 흔들린다. 특히 기능적 불안정은 외관상 정상처럼 보여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발이 자꾸 접질릴 때 반복되는 증상을 국대정형외과 신재명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발목 불안정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별다른 이유 없이 발이 자주 꺾이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더 심하게 느껴지며, 일상 속 보행도 불안정해진다." 이렇게 발목에 통증이 있지 않더라도 묵직하거나 흔들리는 듯한 감각이 동반되면 운동할 때는 특히 더 신경이 곤두서고 또 접질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연스레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게 된다. 그러나 발목의 불안정은 다시 부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다만 발목 불안정증은 초기에 관리만 잘해도 악화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생활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오래 서 있는 습관, 과도한 걷기,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은 모두 발목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밑창이 닳은 신발은 교체하고, 쿠션감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발목을 지탱하는 근육을 꾸준히 단련하면 불안정성 완화에 효과적이다. 운동 시에는 보호대를 착용해 외부 충격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존의 방법으로도 불안정감이 줄지 않는다면 체외충격파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 치료는 고강도 음파를 통해 조직 회복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혈류를 증가시키고 손상 부위의 회복을 돕는다. 특히 만성화된 불안정증에서는 주변 조직 강화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술 후에는 일시적인 피부 발적이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럴 땐 아이스팩을 활용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좋다.
신원장은 발목 불안정증을 가볍게 보면 안 되는 이유를 그 영향 범위 때문이라고 보았다. "중심이 흔들리면 무릎, 골반, 허리까지 보행 체계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한 번 접질리는 걸로 끝날 수도 있지만, 반복된다면 그만큼 보행 패턴도 틀어지게 된다." 며 "무릎 통증이나 허리 통증이 발목에서 시작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따라서 발목 불안정증에 대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는 단지 발을 지키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은 일상 속에서 무너지며 회복은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발목 불안정증 역시 다르지 않다. 자주 삐거나 걷는 게 불안하다면 병원에서 정밀한 진단을 받고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고, 필요한 운동을 하고, 보호대를 활용하며, 필요시 체외충격파 같은 치료를 병행하면 삶의 질은 확실히 달라진다.
발목의 작은 흔들림을 가볍게 넘기지 말자. 지금의 선택이 나중의 걷는 속도까지 바꿀 수 있다. 참고로, 이를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선 불안정증이 나타나기 전에 발목 접질림으로 인한 통증이 나타났을 때 방치하지 말고, 제대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EDITOR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