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바쁜 세상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기 쉽다. 허리가 당기거나 다리가 저려도 대충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특정한 통증이 반복되고, 점점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면 그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허리와 다리 쪽 통증이 자주 나타난다면 척추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많이 생기는 질환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실제로 중장년층에게 흔하게 발견되는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추관, 즉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 통로는 뼈와 인대, 디스크로 둘러싸여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물이 두꺼워지거나 틀어지면서 통로가 좁아진다. 그러면 그 안을 지나는 신경이 눌리게 되어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허리디스크와 헷갈릴 수 있지만, 디스크는 말 그대로 디스크가 밀려 나와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고, 협착증은 통로 자체가 점점 막히는 구조적인 문제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여도 병의 원인과 치료 접근은 완전히 다르다.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허리를 곧게 펴면 통증이 심해지고, 몸을 숙이면 오히려 통증이 덜해진다. 오래 걷기가 힘들고 다리 감각이 둔하거나 저린 느낌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다리가 저려서 걷다가 자꾸 멈추게 되고 앉아 있으면 그런 증상이 잠시 가라앉는다. 발이 차가운 느낌이 들거나 발바닥에 감각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위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노화의 일환으로 치부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MRI 같은 영상 검사는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이 얼마나 눌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장비다. 검사 비용이 부담스러워 피하고 싶어도 해당 장비 없이 x-ray 결과지나 외형만 보고 판단하기엔 협착증은 너무 복잡한 질환이다.
청주 국대정형외과 신재명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을 방치할 경우 "신경이 지속적으로 손상돼 다리 마비, 배뇨 문제, 심하면 대소변 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초기에 대응할 경우 치료 강도가 더 낮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으니 시기를 잘 지키길 바란다"고 전했다.
협착증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다. 예전에는 수술이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시도한 후 필요할 경우 수술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 중 하나가 신경차단술이다.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주변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치료를 단순한 스테로이드 주사로 오해하는데 실제로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약제를 조합해서 사용한다. 스테로이드가 포함되더라도 극히 소량이며 적절하게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높다.
신경차단술 외에도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물리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신원장은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운동요법과 자세 교정만으로도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지만, 어떤 치료든 정확한 진단과 개별 맞춤 계획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운동 및 자세 교정 시 중요한 것은, 운동을 무턱대고 따라 하거나 자가 진단으로 판단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몸 상태에 맞지 않는 동작은 오히려 통증을 키우고 회복을 늦춘다. 따라서 정형외과에서 제공하는 운동 프로그램이나 의료진의 지시에 따른 생활 관리 지침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다. 반복되는 허리 불편감이나 다리 저림은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단순히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긴 순간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원인이 된다. 하루라도 빨리 내 몸을 들여다보고 전문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삶의 질은 통증 없는 하루에서 시작된다. 작은 이상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내 몸을 돌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DITOR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