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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하는 부모의 행동,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신경학적 장애를 일으키는 흔들린 아이'

최근 아동 학대 사건이 계속해서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학대 유형도 다양해지고,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사건들까지 터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아이가 보챈다고 아이를 거칠게 흔드는 부모의 행동이 아이를 때리는 것보다 더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20대 엄마에게 상습적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이른 전북 익산의 7개월 된 아이에게서 발견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한 달에 21차례 이상 아이를 거듭 폭행했는데, 아이가 자꾸 울고 보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엄마는 오줌을 싼 뒤 칭얼대는 딸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급기야 몸무게가 7㎏밖에 되지 않는 딸을 머리 위로 들어 반복해서 집어던졌습니다. 바닥에 두께 1㎝의 얇은 매트리스가 깔려 있기는 했지만, 폭행의 충격은 아이의 머리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폭행으로 딸은 좌뇌 전체와 우뇌 전두엽, 뇌간, 소뇌 등 뇌 전체의 3/4 이상 광범위한 손상을 입었으며 아이는 현재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병원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뇌에 충격을 줘 ‘흔들린 아이 증후군 (Shaken Baby Syndrome)’을 일으킨 것입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경찰이 엄마의 혐의를 아동학대 중상해에서 살인미수로 바꾼 이유 중 하나가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아이 600~1,400명에게서 이 질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른은 머리 무게가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아이는 10%나 됩니다. 따라서 머리가 상대적으로 무겁고, 목 근육이 약한 데다, 뇌와 뇌혈관도 미성숙해 손상되기 쉽습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보인 아이는 대부분 20초 이내로, 40~50회 정도 흔들렸는데, 부모는 “별로 세게 흔들지 않았다"라고 생각해도, 아이에겐 엄청난 충격일 수 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아이를 흔들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아이를 흔드는 것이 왜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서 알기 쉬운 예를 들어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먼저, 500cc짜리 맥주 컵에 물을 채우고 달걀노른자를 띄우는데, 여기서 노른자를 아이의 두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맥주 컵을 컵이 깨질 만큼 강하게 탁자에 내리쳐도 노른자가 맥주 컵에 닿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같은 힘으로 맥주 컵을 흔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지며 결과는 끔찍합니다. 노른자가 맥주 컵 이곳저곳에 심하게 부딪히면서 완전히 부서져버리는 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를 세게 흔들면 뇌가 두개골에 부딪쳐 출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이를 한 대 때릴 때 사용한 힘으로 아이를 한 번 세게 흔들면 아이의 사망률이 무려 30배 이상 높아지게 됩니다.
"2세 이전의 아이를 절대 흔들어선 안 됩니다!"
아이는 하루에 2~3시간을 우느라 보냅니다. 2살 이하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우리는 아이를 흔들어서 달래려 하거나, 재워버리려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말을 할 수 없기에 울음을 터트림으로 해서 배고픔, 더위, 졸음, 스트레스, 지루함 등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우리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흔드는 것입니다.
적당히 흔들 만큼 흔들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진이 빠져나간 부모는 화가 나고 짜증스러운 마음에 아이를 더 센 강도로 빨리 흔들어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시기는 생후 4개월 이후부터 12개월 이전까지입니다. 아이를 시기적으로 많이 안아주는 때이지만,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시기라서 위험이 많은 때이기도 합니다.
이 증후군을 야기할 수 있는 흔들림의 강도는 20초 이내에 40∼50회 정도 심하게 흔들었을 때로, 작은 충격에도 혈관이나 뇌를 쉽게 손상당할 수 있는 아이에게 이 정도 충격은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우리가 쉽게 아이를 달래보려는 이 사소한 버릇이 아이를 사망으로까지 몰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 완전한 성장을 이루지 못해 뇌와 뇌를 보호하는 머릿속의 뼈가 약하고 잘 고정되지 않은 상태의 아이를 거세게 흔들면 뇌출혈 및 망막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할 때는 실명, 사지마비, 운동장애, 뇌전증 등의 후유증을 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으며 실제로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30%에 이릅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증상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외상이 없는 데다가 처음에는 약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수가 많아 진단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토하거나 몸을 조금 떠는 정도이기 때문에 감기나 소화불량이겠거니 하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일단 뇌출혈이 생기면 뇌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아이가 축 처지고, 각막에 핏발이 보이는 등의 증세를 보입니다. 이때는 뇌출혈을 의심하면서 급히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또 이 밖에도 아이가 심하게 토하는 증세가 생긴다거나, 잘 걷던 아이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넘어질 때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일단 증후군의 증세를 보이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2세 이전의 아이를 대할 때는 각별한 조심이 필요하며 짧고 적은 횟수로 흔들어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단의 위험은 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예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예방
첫째, 아이를 안거나 업을 때 목을 다치지 않도록 잘 받쳐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이를 안아주려 할 때도 목뒤를 세심하게 받쳐주어야 합니다. 아이는 불안정한 자세일 때 불안을 느끼며 더욱 울음을 터트리기 쉬우므로 안정된 자세로 포근히 안아주며 등을 쓸어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둘째,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는 흔들기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관찰한 후 배고픔이나 더위 등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신변의 이상이 없는 데도 계속 울 때는 스트레스나 지루함 때문이므로 얼른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다른 공기를 쐬어주거나, 장난감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해 주어야 합니다.
셋째, 아이가 울 때 흔드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울음을 달래는 방법을 몇 가지는 개발해 두는 것이 좋으며, 심하게 울어 달래는 방법을 모를 때는 친구나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넷째, 장난으로 아이를 공중에 던졌다 받는다든지,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다리를 떨 듯이 하면서 아이를 툭툭 치며 어르는 행위 등 무의식적인 행동을 삼가야 합니다. 또 아이를 등에 업거나 어깨에 무동을 태워 조깅하는 것, 말을 태우는 행동 등은 위험합니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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