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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약 사용법
곧 봄이 옵니다 구충제를 먹어야 할까요?
'봄, 가을 구충제를 꼭 먹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약 복용법 중 일 년에 두 번, 특히 봄, 가을에는 구충제를 꼭 먹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약국에도 봄, 가을로 구충제를 먹어야 하느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아니요”라 말씀드립니다. 사실 약사로써 생각해보면 이 말이 맞지는 않거든요.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구충제는 몸에 흡수돼서 약효를 발휘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에 회충, 요충 등 성충이 있을 때만 효과를 보이는 것이죠. 성충이 아닌 알에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먹고 나면 대부분 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예방효과는 당연히 없어요. 그러니 봄, 가을로 구충제를 꼭 먹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 아닙니다. 그럼 복용 시기를 왜 봄, 가을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습니다만, 추정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겨울 배추로 김치를 만드는 김장을 연례행사처럼 11~12월에 하는데요. 과거에는 비료를 인분으로 사용했었습니다. 인분 안에는 기생충 알들이 많이 있었겠죠. 이 기생충 알이 생배추에 묻어 있다가 김치로 만들어지고, 숙성되지 않은 겉절이를 먹는 과정에서 사람이 먹게 됩니다. 장에 들어간 알은 보통 3개월 정도 있다가 부화해서 성충이 되는데요. 즉, 봄철이 되면 겨울에 먹은 김치 속 기생충들이 부화해서 활동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죠. 이때 맞춰 구충제를 복용하면 아주 효과적으로 기생충을 박멸할 수 있게 됩니다. 가을에 먹는 것은 왜 그럴까요? 여름철엔 생야채를 많이 먹는데요. 역시 인분에 들어 있던 기생충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죠.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알이 부화해서 성충으로 활동하는 시기이니 역시 구충제 효과가 잘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봄, 가을에 구충제를 먹으라고 말한 것은 2가지 관점에서 매우 과학적입니다. 첫째, 과거에는 흙을 매개로 하는 기생충들이 많았기 때문에 익히지 않은 야채를 섭취하면 기생충에 감염되기 쉬웠다는 것입니다. 둘째, 알을 먹었을 때 성충이 되기까지의 시기를 맞춰 복용했다는 것이죠.
2022년 지금은 어떨까요? 사실 최근 농법은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의 토양 매개성 기생충은 줄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유기농 야채를 많이 먹거나, 반려 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났기 때문에 기생충에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죠. 2012년 기생충 감염률이 아직 3% 정도로 조사되었고, 보고된 전체 1234건 중 186건이 요충, 회충, 편충 등 토양성 기생충 감염이었습니다. 요충이나 회충 등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거의 병원 진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생충 감염은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많은 보육 시설에서도 지속적으로 요충 검사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에게서 감염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일반의약품으로 구충제를 드시는 것을 꼭 봄, 가을로 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유기농 야채를 많이 먹었다 거나 동남아 여행을 갔다 왔다거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경우라면 정기적으로 구충제를 드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기생충 종류에 따라 달리 먹어야 하는 구충제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구충제는 전문의약품인 프라지콴텔(디스토시드-신풍제약)와 일반의약품인 알벤다졸, 플루벤다졸이 있습니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일반의약품 구충제는 기생충 중 일부만 없앨 수 있습니다. 즉, 요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에만 효과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물고기나 육류를 덜 익히거나 생으로 먹었을 때 감염되는 기생충에는 전혀 효과를 보이지 못하죠. 이때는 전문의약품 구충제를 의사 처방에 맞춰 복용해야 합니다. 고래 회충의 경우에는 구충제로는 효과가 없고 외과적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한국인이 주로 감염되어 있는 기생충 종류와 감염경로, 증상, 그리고 약물 사용법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2021년 기생충 감염 현황 1위: 간흡충(간 디스토마)
감염 경로: 다슬기, 민물고기를 생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는 경우 발생
증상: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나 급성 감염 시 복통, 소화불량, 위장출혈,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상태가 악화되면 황달, 복수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음
치료: 프라지콴텔 1일 3회 1일 투여. 1회 체중 kg당 25mg을 투여한다. 투약 2~3주 대변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함
2021년 기생충 감염 현황 2위: 장흡충(장 디스토마)
감염 경로: 민물고기나 다슬기 등을 생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는 경우 발생
증상: 설사와 복통. 힘이 없고 쉬 피로함. 입맛 소실 등 위장관 증상
치료: 프라지콴텔 1일 1회 투여. 1회 체중 kg당 10mg을 투여
2021년 기생충 감염 현황 3위: 편충
감염 경로: 편충 알에 오염된 흙에서 자란 식물을 먹거나, 오염된 흙에 접촉한 손을 씻지 않고 음식물 등을 먹은 경우 발생
증상: 보통 증상이 없으나 회맹부에 많은 양의 편충이 증식하는 경우 복통, 설사가 나타날 수 있음. 경우에 따라서 체중 감소, 장출혈, 빈혈 등이 유발될 수 있음
치료: 알벤다졸 400mg 단 회 복용. 3주 후 검사하여 치료되지 않았다면 경우에 따라 2차 투여 실시. 분변에서 편충알을 검출하거나 직장 점막에 붙어 있는 충체를 검출
서민 교수는 한 언론지와의 인터뷰에서 편충은 알벤다졸을 복용해도 잘 죽지 않는다며 프라지콴텔을 써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일부 의사의 경우에는 알벤다졸 400mg 1알도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또 일부 논문에는 알벤다졸 400mg을 1일 1회 복용해도 충란이 양성이면 1일 1회 3일을 연속해서 복용하라고 되어 있기도 합니다. 대장에 기상하는 편충은 내시경을 통해 관찰되어 제거한 뒤 알벤다졸 400mg 1알을 추가 복용을 권장하기도 하죠. 이런 다양한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편충 약물 복용 표준 요법은 임상적으로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에 편충 치료제는 알벤다졸이며, 프라지퀀텔은 치료 범위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순위 안에 들지는 않았지만 꼭 알아 두어야 하는 기생충들
<회충>
감염 경로: 편충과 동일
증상: 보통 증상이 없으나 많은 감염이 일어나면 복통, 식욕부진, 설사 등을 일으킴. 유충이 소장벽을 뚫고 림프관을 따라 폐로 이동하면 폐렴을 일으킬 수 있고, 발열, 두통,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
치료: 알벤다졸 400mg 단 회 복용. 3주 후 검사하여 치료되지 않았다면 경우에 따라 2차 투여 실시. 분변에서 회충알을 검출하거나 환부에서 충체를 검출 *고래회충은 바다 생선이나 오징어 류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토양 매개성 회충과 다릅니다. 회충이지만 알벤다졸을 복용해도 효과 없습니다.
<요충>
감염경로: 편충과 동일함. 단, 요충은 건조한 실내에서도 장기간 생존하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사람에게 감염증이 있는 경우 집단 감염이 쉽게 일어날 수 있음
증상: 요충이 항문 부위에 알을 낳으면 매우 가려워지므로 항문 부위를 긁게 됨. 이로 인한 습진 등 2차 감염증 발생
치료: 알벤다졸 400mg을 1일 1회 복용함. 완전 박멸을 위해 7일 후 1회 더 복용
구충제 복용 시 주의사항은?
알벤다졸은 2세 이상 성인 1일 1회 400mg가 표준 용량이며, 프라지콴텔은 체중에 따라 복용량이 다르지만 60kg 성인 기준으로 장흡충에는 600mg 1일 1정, 간흡충에는 7.5정 복용하게 됩니다. 구충제는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아닌 만큼 용법 용량을 지킨다면 특별히 큰 부작용이 없습니다.
알벤다졸의 경우 가장 흔한 부작용이 메스꺼움. 구토, 소화불량 설사로 위장장애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알벤다졸 부작용 보고는 총 256건 있었다고 합니다. 이중 확실한 것은 1건, 가능성이 있는 것까지 합쳐도 120건에 불과했습니다. 프라지콴텔 역시 큰 부작용 없이 복용이 가능한데요. 프라지콴텔을 복용한 환자의 부작용 건수는 10년 동안 63건에 불과했습니다. 이것은 같은 기간 알벤다졸 복용 후 발생한 이상 반응 절반 정도밖에 안돼요.
구충제를 복용할 때 보다 중요한 건 용법, 용량을 지켜야 하며, 반드시 완전 박멸이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흡충류는 의사 진료를 통해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며 편충, 회충, 요충은 항문을 통해 충체와 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판단이 가능합니다.
봄철이 되면 생각나는 구충제. 꼭 봄에만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즐겨 먹는 음식에 따라 반려동물 등을 키우는 환경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구충제가 다르다는 것 기억해주세요. 혹시 해산물을 회로 즐겨 먹는 분이라면 일반의약품 구충제가 아닌 의사 처방으로 구입하는 구충제를 드셔야 한다는 거, 이제 아셨죠?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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