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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마음 건강 이야기
번아웃과 우울증은 어떻게 다를까?
'우울증 전 단계 번아웃 증후군 자가진단 및 극복방법'

2020년 통계청 기록상 정신과 병원 누적 방문자수가 1,900만 명이 넘었습니다. 국민 5명중에 2명이 정신과를 가본 적이 있다는 말입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정신과는 쉬쉬하면서, 숨어서 다니는 곳이 아닌, 누구나 한 번씩 가본 적이 있는 곳이 되었지요. 논문에서는 직장인 중 85 %가 우울증의 초기증상인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즉,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누구나 인생에 자연스럽게 만나는 슬럼프 같은 시기를 번아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번아웃과 우울증은 어떻게 다를까요?
번아웃 증후군은 우울증의 전 단계, 입구 같은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번아웃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심해지고 악화되면 본격적인 우울증이 오는 것이지요.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직업적 기능과 대인적 기능인데, 번아웃이 오면 이 두 가지 기능이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먼저 직업적 기능을 예로 들자면 지각을 하거나 근무할 때 집중력이 떨어져요. 처음엔 나만 알 수 있는 정도이고 아직 동료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번아웃이 심해지면 지각이 잦아지고, 3분, 5분 지각이 아니라 20분씩 지각을 한다거나 1주일에 2-3번씩 빈도가 늘어나게 됩니다. 상사나 동료들까지 이 사람의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더 심해지면 아예 무단결근을 한다거나 직장의 전화도 무시하고, 전화기를 꺼둔 상태로 방치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우울증의 단계이지요.
우울증의 단계에 이르게 되면 ‘아 늦었다. 큰일이다’, ‘상사한테 혼나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불안을 넘어선 상태, ‘모르겠다 될 대로 돼버려’, 혹은 멍~한 상태가 돼버립니다.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거나, 시간 개념이 없는 상태가 되지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신민아 배우처럼 지금이 아침인지도, 저녁인지도 관심이 없고, 인지적 오류가 생겨서 퇴근한 남편을 보고, ‘왜 출근했다가 바로 들어 오냐?’라고 묻기도 합니다. 에너지와 의욕이 하나도 없어서 청소, 빨래, 샤워 심지어 밥 먹는 것 까지 귀찮아서 안하게 되지요. 집이 점점 쓰레기장이 됩니다.
번아웃이 오면 대인관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내가 요즘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쉽게, 그리고 많이 짜증을 내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나답지 않게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번아웃이 오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다치게 합니다. 슬프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직장에서 상처받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연인에게 짜증을 내고 화풀이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만한 사람이 되고, 화를 내기 쉬운 사람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처는 쌓이고 우울감은 더 커집니다. 직장 동료나 지인 친구들과도 갈등이 반복되고, 사회적으로 점점 고립되어 갑니다.





번아웃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 당장 쉬는 것입니다. 번아웃이 우울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말이지요.
시간이 없어서, 프로젝트 중에 내가 빠질 수 없어서, 경제적 이유로, 우리는 백만 가지 이유로 쉬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오늘 쉬지 않으면 언젠가 쓰러지게 됩니다.
쓰러지게 되면 그 시간동안 잃게 되는 기회비용과 손실이 훨씬 크겠지요. 감정적으로 굴어서는 안 됩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 ‘최선을 다해 불태웠다’ 같은 말은 훈장이 아닙니다. 효율적으로 쓰러지지 않게 미리 몸과 마음의 체력을 관리하며 일을 해야만 우울증이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1주일 휴가를 내라는 게 아닙니다. 단 하루라도 휴가를 내서 쉬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반차라도 내어야 합니다. 그것조차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단 1-2 시간만이라도 일찍 퇴근해서 숨 돌릴 시간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반차라도 내면 프로젝트가 망가진다거나, 몇 시간도 내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면, 그 직장과 업무체계는 이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하루 쉰다고 번아웃이 좋아질까?’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7일 근무와 주6일, 주5일 근무가 너무나 다르듯이,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잠깐이라도 숨 쉴 틈을 주는 것이 너무 중요합니다, 물이 넘치지 않도록 그때그때 조금씩 빼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휴식은 번아웃 치료의 제 1장입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 피로와 스트레스가 불안과 우울감으로 발전하지 않게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번아웃에 걸렸을 때 몸이 아프기도 하나요?
번아웃이 지속되어 우울하고 불안감이 높아지면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이 우세하기 때문에 소화를 제대로 못시키고 복부 불편감, 메스꺼움 등이 생기고,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 증후군, 만성 변비 등의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또 반복적인 두통과 불면증, 신체통증, 만성피로 증후군이 생기고, 전반적인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게 됩니다.





번아웃을 자가진단할 수 있나요?
1. 자신감이 없어서 틈만 나면 남과 비교하게 된다.
2. 일이 끊이지 않는 느낌에 항상 초조하고 예민해진다.
3. 주말에 집에서 쉬고 출근해도 몸이 무겁다.
4. 속이 텅 빈 것 같고,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자주 느낀다.
5.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중력이 자꾸 떨어진다.
6.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쳤다고 느낀다.
7. 회사에서 항상 긴장되어 있고 압박감을 느낀다.
8. 업무를 수행할 때 무기력하고 싫증이 난다.
9. 짜증이 많아지고, 초조하고 불안하며 여유가 없다.
10. 면역력과 회복 능력이 떨어지고 불면증, 두통, 소화불량이 만성화되었다.

이상 10가지 중에서 4개 이상 해당하면 번아웃을 의심해봐야 하고 6개 이상이면 번아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 항목이외에도, 내가 요새 지각과 결근이 반복되고, 근태나 업무능력으로 자꾸 지적을 받는다면 번아웃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별 거 아닌 일에도 눈물이 나고, 식당 직원이나 콜센터 직원 등 잘 모르는 사람에게 버럭 화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자신을 뒤돌아 봐야 합니다.
번아웃은 부정적이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울증에 걸리기 전에 우리 뇌가 나에게 주는 시그널, 신호등 같은 겁니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주의와 경고를 줌으로써 우리가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애초에 번아웃이란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걸리는 것입니다. 평생을 게으르고, 대충대충 일하는 사람은 절대로 번아웃이 오질 않습니다. 그저 너무나 열심히, 최선을 다한 탓에 번아웃 상태가 온 겁니다. 번아웃에 걸렸을 때 여러분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나 이렇게 애썼구나, 이렇게 지칠 만큼 최선을 다했던 거구나’ 하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칭찬해주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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