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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통, 운천동 비지장 -아성청국장

2017-01-02

맛집 흥덕구


35년 전통, 운천동 비지장 -아성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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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화롯불 위에서 부글부글 끓던 뚝배기 속 비지장 냄새는 저녁 무렵, 가장 정겨운 풍경 중 하나였고 기억이었다. 방금한 더운밥에 비지장에 비벼 한입 뚝딱 먹고 나면 세상 부럽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 비지장 끓는 냄새 속에는 어머니의 정이 듬뿍 배어있다. 어머니는 두부를 만들다 나온 비지를 발효시켜 겨우내 우리들에게 비지장을 끓여주었다. 비지장은 두부보다는 거칠고 투박하다. 매끄러운 두부의 식감보다 두툼하며 씹히는 맛이 든든하다. 음식에 성품이 있다면 비지가 딱 그런 스타일이다. 가난한 시절, 비지장은 여분의 음식이었다. 살다보면, 여분의 시간이 오히려 애틋하고 기억에 남는 것처럼 비지장도 우리에게 그런 음식이었다.



“밥맛을 잃으면 이 집에 간다.”
운천동에 사는 박영수(65· 남)씨는 아성청국장을 잃었던 밥맛을 돌아오게 하는 집이‘아성청국장’이라고 단언한다. 그는“아성청국장은‘어머니의 손맛을 가장 잘 살려낸 집’이다.”라고 표현한다. 어려서부터 먹었던 음식은 내 몸에 길들여지기에 익숙해진다. 그 맛에는 향기와 환경 그리고 기억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블로거 P씨는“비지찌개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한식집이다. 또한 이집 청국장은 냄새도 안 나고 맛이 좋다. 사용하는 반찬이 모두 인공조미료 안 쓴다. 그래서 그런지 더 맛깔스러운 맛이 난다.”라고 블로그에 기록했다.



사실‘아성청국장’은 운천동 일대에서는 많이 알려진 유명 음식점이다. 크지 않은 매장에 그다지 상권도 발달되지 않은 작은 동네의 후미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점심 무렵이면 주변에 차를 주차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청국장과 비지장’을 대표메뉴로 표방한 음식점이 부지기수로 많은 요즈음, 과연 아성청국장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점심시간으로는 조금 이른 오전 11시30분,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이 있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비지장을 시켰다. 사실 거의 모든 손님 대부분은 단연 청국장을 주문한다. 왜냐하면 밑반찬과 더불어‘볶은 비지장’이 서비스 형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지장과 볶은 비지장과의 맛은 엄연히 다르다. 부글부글 끓어오른 뚝배기에 담긴 비지장 맛은 달달 볶은 비지장과는 깊은 맛에서 차이가 난다.



비지장은 두유를 짜고 남은 콩비지로 담근 장을 말한다. 비지는 물기가 많으므로 마른 솥에 넣고 보슬보슬하게 볶아서 무명자루나 혹은 자배기에 담아서 더운 곳에 두고 띄운다. 하루 반이 지나면 구수한 냄새가 나게 되는데 지나치면 썩은 냄새가 나고 너무 미지근한 곳에 두면 쉰내가 난다. 그만큼 까다로운 숙성과정을 거친다. 적당히 삭은 맛이 나야 제 맛이다. ‘아성청국장’의 비지장은 그런 면에서 지나침과 부족함의 경계에 놓인 천연의 맛을 자랑한다.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뜨거운 열기와 함께 목 넘김도 부드러워 마음과 몸을 위로하는 맛이다.



5년 단골이라는 김병무(금천동?48)씨는‘아성청국장’의 비지장 예찬론자다. 그는“볶은 비지도 밥이랑 함께 먹으면 장난이 아니다.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밥을 술술 들어가게 한다.”며“보통 기본 반찬으로 볶은 비지가 나와서 청국장이나 된장찌개를 드시는 분이 많지만, 나는 늘 비지장백반을 시킨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맛이 다르고 이 집 비지장찌개는 특별하다.”라고 말한다. 밑반찬으로 나온‘무생채, 얼갈이무침, 콩나물무침’은 삼총사처럼 삼등분 된 그릇에 나온다. 비지장과 비벼먹기에 딱 좋은 궁합이다. 그 외에 배추김치, 열무김치, 오이김치, 볶은 콩비지가 추가로 나오는데 모두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청국장백반, 비지장백반, 순두부백반, 토속된장백반 모두 7천원이다. 두부김치 8천원, 오징어볶음은 1만5천원이다.

아성청국장 043)266-0888(흥덕구 운천동 1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