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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씨앗을 뿌려 꿈을 틔우는 책농부 오혜자 관장

2018-10-04

문화 문화놀이터







작고 아늑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원대한 꿈
    “초롱이네 집에 가서 놀자~” 초롱이네는 책이 있고 넉넉한 마음이 있는 평범한 이웃집이었다. 초롱이 엄마, 오혜자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자신이 살던 집과 책을 이웃에 개방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놀듯이 책을 들었고, 엄마들은 바람직한 독서교육을 의논했다.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조차 생경하던 시절 초롱이네 도서관은 그렇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평범한 소망이 만들어낸 기적

    아이를 키우면서 오혜자 관장은 줄곧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를 꿈꿨던 그는 아이들이 중심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지인들과 ‘어린이 책 연구모임’을 만들어 좋은 동화를 읽고 공부하면서 함께 나누는 방법에 대해 의논했다. 그즈음 오 관장의 마음에 들어온 공간이 있었다며 동네 복지관 안에 자리한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이야기했다. 책 읽고. 공부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그곳의 분위기는 언제나 편안하면서도 즐거웠다고. 
    “그곳에서 2년 여간 교육 봉사를 하면서 이런 작은 도서관이 주변에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도서관이 많지 않았고 특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많이 소장하지 않았죠. 그리고 도서관은 무조건 조용히 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편하게 갈 수 없었어요. 도서관에 대한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었어요.”
    생각 끝에 자신의 집과 책을 개방하기로 했다. 누구든지 와서 책을 읽어도 좋고, 다 읽지 못한 책은 집에 가서 읽고 와도 좋다고 허락하면서 초롱이네 집, 아니 초롱이네도서관을 찾는 방문객은 늘어만 갔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만드는 초롱이네도서관

    아파트 거실을 개방한지 1년, 그는 지금의 자리인 통나무집으로 이전을 결심한다. 많아진 방문객들로 인해 이웃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 미안했던 것. 도서관으로 알맞은 자리를 수소문한 끝에 초등학교 주변 통나무 3층 건물로 정했다. 이후로 오 관장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전국에 있는 12개의 작은도서관과 함께 협의회를 만들었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리고 초롱이네도서관을 더 이상 혼자 이끌어가지 않고 매월 운영위원회를 열어 도서관 운영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좋은 의견을 나누었다.
    “초롱이네도서관이 작은도서관의 씨앗이 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제가 바빠지기도 했지만, 초롱이네도서관에 오시는 분들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나아갈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후로 초롱이네도서관에는 복지관 공부방이나 장애어린이 학교를 찾아가 책을 읽어 주는 ‘찾아가는 선생님’, 아기들을 대상으로 엄마들이 돌아가며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림책과 놀아요’ 등 재미있고 색다른 활동들이 많아졌다. 특히, 해마다 열었던 ‘가을동화잔치’는 이제 18번의 해를 거치며 초롱이네도서관의 대표적인 행사가 됐다.



든든한 새 옷을 입고 다시 떠나는 즐거운 책 여행 


    1999년 아파트의 거실에서 시작해, 2000년 통나무집으로 이전해 온 초롱이네 도서관. 책을 품고 사람을 품던 통나무집은 아이들의 꿈이 크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느새 그 수명을 다하고 있었다. 비가 새고, ‘삐거덕’ 문에서 소리가 나더니 틈이 벌어지고 급기야 통나무 한쪽이 기울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할지, 지금의 공간을 고쳐서 쓸 것인지 오 관장의 시름은 깊어졌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듯이 바늘하나 들어갈 틈이 없이 여유가 없어보였던 일에 밝은 빛이 들어왔다. ‘씨앗도서문화재단’이 공모한 작은도서관돕기 사업에 초롱이네도서관이 선정된 것. 그곳의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 통나무집은 이제 다시 튼튼하게 제자리를 잡았다.   
“큰 도움을 받아 이곳에 다시 도서관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하지만 같이 힘을 모아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작은 일도 같이 의논하고 공유하면서 작은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할 생각입니다.”
    든든한 옷으로 갈아입은 초롱이네도서관 앞에는 국화가 필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고 어른들의 따뜻한 미소가 있는 초롱이네도서관이 국화와 함께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