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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와 고양이가 늙고있다

201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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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와 고양이가 늙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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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애견인구는 이제 1000만을 돌파한지가 한참 지난 이야기이다. 애완동물이라는 용어는 이제 다소 낯설고, 어색한 표현이고,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로 바뀌어 이미 익숙해 진 지도 꽤 된 거 같다. 반려동물은 Companion Animal의 한국어 표현이며, 풀이하자면 반려자, 즉 가족이 되어 인생을 함께 동행하는 파트너, 사람이라면 평생의 반려자는 곧 결혼상대자와 같은 의미, 곧 가족의 일원으로서 개와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의미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애완동물이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을 가리키는 것과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반영된 용어인 셈이다. 아직 모든 반려동물의 보호자 분들이 같은 의미를 가지고 아이들(이하 반려동물을 ‘아이’라 표현하겠다)을 반려하는 건 아니지만, 동거동락하는 시간이 10년을 훌쩍 넘게 되면, 반려동물은 자식 이상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배우자보다도 더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도 하는 신기한 일이 생기게 된다. 반려동물의 나이 10년, 그저 늙은 개, 늙은 고양이로 바라보기에는 너무 큰 의미가 되고, 가족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하는 이 아이들에게 보호자님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보통 10년이 넘어가면 급격히 노화가 일어나고, 사람의 성인병과 같은 당뇨, 만성의 중증질병이 발생해서 병원관리가 정기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2017년 2월, 올해로 18년차 수의사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치료하고, 삶과 죽음, 아픔과 회복, 그리고 그 아이들 곁에서 보호자라는 이름과 자격으로 함께 하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인턴으로 처음 진료대에서 2개월짜리 아가 동물들을 만난 18년 전부터 노령동물 진료를 맡아 하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나간 아이들과 그 아이들로 인해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보호자님들도 숱하게 보았다. 그 동안 많이 변한 것은 100세 시대가 사람에게 적용되는 현대의학의 시대가 지금이라면, 반려동물 또한 10살이 이제 그리 나이 많은 강아지, 고양이가 아닌 시절이 되어버렸다. 그 만큼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국내 동물의료계의 발전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의미심장하게 자리매김을 한, 가족의 일원으로 소중히 여겨지게 된 보호자님들의 의식의 성숙이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수의학적으로 개와 고양이는 7살 정도가 사람나이로 환산하면 40대 중반 정도로 가늠할 수 있는데, 개의 종류,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에 따라 노화의 속도가 차이가 나게 된다. 개는 대략 15-18년, 고양이는 15-20년 가량 장수할 수 있지만, 보통 10년이 넘어가면 급격히 노화가 일어나고, 사람의 성인병과 같은 당뇨, 고혈압, 심장병과 신부전, 갑상선 및 부신등의 만성의 중증질병이 발생해서 병원관리가 정기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최근 10년 간 치료하는 반려동물의 질병의 추세는 15년 전에 전염병과 제왕절개, 피부병등의 질환에서 만성의 중증 장기관리 질환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제 입양한 아이들을 평생의 반려가족으로 받아들이고, 10년이 넘도록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며, 그렇게 병치레를 하는 아이들이지만, 마지막까지 돌봐주고, 병간을 해주는 보호자 분들이 늘어난 것 때문으로 생각된다.
    15년 전 학회참석 차 캐나다로 잠시 출장을 다녀왔을 때 캐나다의 동물병원 견학을 가서 인상 깊었던 풍경이 있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들의 면회시간이었는데, 강아지 입원실 켄넬 문 앞에 청바지 차림을 한 젊은 청년이 바닥에 앉아 기타를 치며 감미롭고도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견학을 안내하는 병원 스텝에게 살짝 물어봤다. 무슨 일인지. 대답은 신부전으로 중환자 관리 중인 12살 강아지인데, 보호자가 힘내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주기 위해 기타연주를 하며 노래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사실 그 때는 그 광경이 감동적이라기보다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하실 수가 있나 였다. 15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응원해 주는 수의사이기를, 병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여러분의 반려동물의 나이는 지금 몇 살인가? 아직 7살 전인가? 젊고 강하고, 예쁘고 아주 활발한 반려동물의 모습이 늘 한결같이 유지 되지는 않는다. 늘 노령질환이라고 하는 질병의 발견은 ‘잘 지냈는데 갑자기’ 이었다. 사람은 ‘아이고 허리야, 무릎이 저리고 아프네..’ 또는 ‘이제 체력이 약해져서 더는 못 뛰고, 다니기가 힘들고 지친다” 라고 결정적으로 ‘말’로 표현을 합니다. 우리가 반려하는 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는 우리에게 아프다로 말을 하지 못한다. 단지 식욕이 줄고,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잠이 많아 지거나, 가끔 목에 사래 걸린 듯 물을 마시다가 기침을 하거나, 걷는 게 이전보다 경쾌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보호자님들이 아이들이 아프다고 느끼고 병원을 데려오실 때는 토하거나, 설사하거나, 기침이 심해지거나, 물을 많이 먹고, 소변을 많이 보는 증상이 나타나서 진료를 하러 오게 된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빠른 경우이기도 하지만, 예방보다는 이미 진행된 질병의 진단이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늙고 병드는 것은 사람도 동물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 일찍 관리하고, 발견하면, 사는 동안 고통과 아픔이, 괴로움이 덜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시간 반려하는 가족과 동물의 삶의 질, 행복수치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프기 전에 미리”, 국민건강보험에서 하는 선전문구 같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프고 나서 힘든 시간을 줄여 줄 것을 알기에 공감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건강검진을? 종합검진을?” 궁금해 하시고, 신기해 하시는 보호자님을 많이 보았다. ‘주인인 나도 못하는 데’.  개와 고양이의 당뇨병, 심장병, 신부전과 투석,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소하신 분도 있겠지만, 절절히 와 닿는 보호자님도 이미 많다, 매일 아침, 저녁 약을 먹어야만 하는 아이들과, 한 달에 1-2번 정기적으로 병원 진찰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과 보호자님들을 진료하는 아이들의 절반이 넘습니다. 그래서 노령동물 진료가 주 업무지만, 가끔 젊은(?) 강아지와 고양이 진료를 맡으면, 전도사처럼 아이들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고, 중성화 수술과 정기검진에 대해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또 열심히 안내 드리게 된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것이 보호자님과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약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검사하는 걸까? 사람과 비슷하지만, 사람보다 복잡하지는 않고, 사람만큼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 않지만, 보험이 안되어 오해가 많은 동물병원진료와 건강검진은 첫째, 수의사를 만나기를 두려워 말아야 하고, 동물병원 방문이 덜 무서워야 한다. 그래서 최근 미국에서는 “Fear Free Practice(두려움 없는 병원)” 와 “ Cat Friendly Practice(고양이 친화병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기까지 했다. 이 부분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어릴 때 부터 즉 사회화가 진행되는 시기부터 병원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만들어지면서 진행되어야 나이가 들어서 정작 아파서 오게 될 때 유리하게 된다.
     둘째,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하는 건강검진을 진행하기 전에, 수의사의 신체검사 즉 상담과 아이를 만지고, 보고, 청진해보는 진찰을 건강하더라고 7살 전에는 최소 6개월에 한번, 7살 이후에는 3개월에 한번은 받길 바란다. 인터넷검색 정보와 동호회, SNS등의 활성화로 아이들의 증상과 상태를 가늠하고, 안심하고, 심지어는 투약도 할 수 있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스마트하게 대처하게 되어 다행이기도 하지만, 양날을 가진 검처럼 위험하기도하다. 정기적인 예방접종주사나 심장사상충예방을 위해 내원을 한 6살 강아지가 신체검사로 심장청진 중에 심장병이 아주 초기임을 발견하는 건 병원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지만, 보호자님에게는 청천 벽력같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기침이 없고, 아이는 아주 잘 뛰어 놀았고, 다만 발을 많이 핧고, 귀 염증이 잘 안 낫는 것 말고 이상이 없었으니까.
     세 번째로 본격 건강검진은 건강한 아이들과 미약하지만 증상이 있는 아이들에 따라 검사항목이 차이가 있다. 건강한 아이들은 매년 기생충검사와 전염병에 대한 항체검사 또는 정기 예방접종 시 신체검사로 진행하고,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늦어도 5살 전, 최적으로는 사춘기 전, 예방접종 완료가 되는 시기에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이 기본검진과 성견 예방의학 프로그램의 완료가 된다. 7살 이후 여자아이들의 자궁과 난소질병과 유방암의 발병은 가장 큰 문제가 되면서도 예방은 100%되는 부분이니까. 7살 이후의 노령견 (사람의 경우라면, 성인병이 발병하는 40대 중반인 셈입니다)의 경우는 증상이 없어도 최대 6개월에 한번 병원을 방문하여 수의사 선생님의 진찰을 받고, 기본혈액검사로 간과 신장의 기능, 빈혈과 염증, 혈당과 소변검사로 당뇨와 비뇨기질환의 초기 진단자료로 사용한다, 가슴과 배의 방사선촬영으로 심장비대, 간 비대, 신장과 방광의 결석 등도 진단할 수 있다. 10살이 넘어가는 아이들의 경우는 보통 질병의 초기인 경우가 많고, 이미 질병관리 중인 환자도 많아지게 되면서, 환자맞춤형 검사가 진행되고, 심장병의 경우는 심장초음파검사와 심전도검사, 간과 콩팥, 부신등의 복강장기는 복부초음파 검사가 추가되고 사람처럼 혈압도 병원에 오면 정기적으로 측정하게 된다.


특수영상검사는 마취를 하고 하는 검사여서 예방이나 일반검진항목은 아니고, 아이가 아플 경우 진단을 위해서 추가로 진행되는 정밀검사항목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반려동물도 암과 경련, 치매 등의 발생율이 증가해서 CT와 MRI 등의 특수영상진단 검사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물론 특수영상검사는 마취를 하고 하는 검사여서 예방이나 일반검진항목은 아니고, 아이가 아플 경우 진단을 위해서 추가로 진행되는 정밀검사항목이 된다.
    정밀검사까지 받지 않고 아이가 오래오래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는 게 모두가 바라는 소원이다. 누구나 원해서 질병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아직 어린 반려동물을 키우신다면, 얼마든지 관리하시면,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노령의 아이를 케어 중이시라면, 그 또한 어떻게 노령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 도와드릴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일이 매일 동물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아파서 내원하고, 치료하는 아이가 많지만, 아프기 전에, 아주 심해 지기 전에, 더 늙고 늦기 전에, 반려동물들이 단지 ‘늙어서 그래’ 가 아닌 ‘관절염이 있어서 그래’ ‘심장병 초기였어요’ 라고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내서 관리가 되어 동물도 그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보호자님도 행복하게 서로를 반려하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