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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갯골을 따라 거니는 특별한 추억

2017-04-11

라이프가이드 여행


내만갯골을 따라 거니는 특별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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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의 올레길은 ‘늠내길’로 불린다. ‘늠내’라는 말은 ‘뻗어나가는 땅’이란 뜻. 이 말은 고구려 장수왕 시절에 백제의 영토였던 이곳을 차지한 후 부르던 ‘잉벌노’에서 비롯됐다. ‘뻗어나가는 땅’이란 의미를 지닌 잉벌노의 당시 표현이 늠내다. 늠내길은 숲길, 옛길, 갯골길 등 3개의 코스로 조성됐다. 숲길(13km)은 시흥시청에서 시작해 시내의 야트막한 산을 잇는 길이다. 옛길(11km)은 소래산을 중심으로 옛사람들이 걸어 다녔던 산자락과 고개를 이었다. 갯골길(16km)은 시흥시청에서 장현천 방죽을 따라 소래포구 입구까지 갔다 온다.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내만갯벌인 장현천과 갈대밭. 밀물 때면 소래포구를 통해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온다.


경기도 유일의 내만갯골을 따라 거니는 특별한 추억

    늠내길 가운데 가장 특별한 길은 갯골길이다. 갯골길은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내만갯골을 따라 조성됐다. 내만갯골은 밀물 때면 바닷물이 육지 안까지 갯고랑을 따라 밀려들어오는 곳이다.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곳에 염전을 조성, 소금밭을 일구었다. 이 염전은 도시화에 밀려 1990년대 후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염전이 있던 자리에 쇠락한 소금창고와 물탱크만이 과거의 유산처럼 남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이곳의 염전과 갯벌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갯벌의 생태적 가치에 주목한 시흥시가 이곳을 갯골생태공원으로 보존하기로 하면서다. 장현천 방죽을 따라 조성된 갯골길은 염전과 갈대밭 등 갯골을 따라 펼쳐진 다양한 표정의 갯벌을 돌아볼 수 있어 걷는 재미와 생태체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갯골길의 출발은 시흥시청이다. 시흥시청 정문에 갯골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다. 시흥시청을 빠져나와 실개천을 따라간다. 물줄기가 거의 말라붙을 만큼 작은 개울이다. 장현천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 개울을 따라 2시간만 걸어가면 배가 드나드는 바다다. 예전에는 큰 비가 내리면 이곳까지 숭어떼가 물줄기를 거슬러와 뛰놀았다. 시흥시청에서 장현천을 따라 1km 가면 쌀연구회가 나온다. 시흥 들녘에서 수확한 쌀을 모아 도정하는 곳이다. 쌀연구회에서 개울을 따라난 방죽을 버리고 들녘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방죽을 따라가도 갯골생태공원에서 두 길이 만난다. 시흥 들녘은 쌀도 생산하지만 연밭도 조성하고 있다. 여름이면 들녘 한 가운데에 뽀얀 연꽃이 피어난다. 연꽃은 현재 시흥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갯벌생태공원을 지나면 아늑한 방죽길이다. 이곳부터 방산대교까지 약 3km는 맨발로 걸어도 좋을 흙길이다.


처음은 실개천이지만 2시간만 걸어가면 바다와 만나

    쌀연구회에서 2.7km를 가면 갯골생태공원에 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이곳부터 다시 방죽을 따라 간다. 갯골생태공원은 시흥시가 갯골의 생태적 보전과 과거의 향수가 물씬한 염전지대를 체험공간으로 활용, 갯벌 체험과 배움터로 만들려고 조성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산책길과 염전 체험장, 소금창고, 생태탐방로 등이 조성되고 있다. 갯벌생태공원을 지나면 아늑한 방죽길이다. 이곳부터 방산대교까지 약 3km는 맨발로 걸어도 좋을 흙길이다. 도보여행자는 물론 자전거 동호회도 즐겨 찾는다. 가끔 말을 타고 오는 이도 있다. 또, 폭이 넓어진 갯골에서는 망둥어나 숭어를 노리는 낚시꾼들이 갈대밭에 웅크리고 있다. 특히, 가을이면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퉁퉁마디(함초)와 키 높이로 웃자란 갈대, 세월 뒤편으로 사라진 염전의 예스러운 정취가 어울려 걷는 맛이 특별하다. 갯벌생태공원에서 1.3km 가면 섬산이다. 장현천에 물을 보태는 작은 개울이 이곳에서 가지쳐 나간다. 이 작은 개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었는데, 그 끝이 섬산이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큰 비가 내렸을 때 떠내려 온 산이라고도 하고, 논 가운데 섬처럼 떠 있어 섬산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수십척 어선이 정박한 소래포구 앞에서 걸음 되돌려

    섬산을 지나서도 왼쪽은 염전이, 오른쪽은 갈대밭과 함초가 가득 메운 갯벌이 펼쳐진다. 섬산에서 방산대교까지는 2km. 국도가 지나는 큰 다리인 방산대교에 서면 이제 바다가 멀지 않음이 느껴진다. 넉넉해진 갯골에는 배를 정박시킬 때 썼던 닻이 줄줄이 서 있다. 눈길을 서쪽으로 주면 소래포구에 정박한 수십척의 배들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소래포구만 지나면 서해바다인 것이다. 방산대교를 건너면 이제 돌아갈 길이 남는다. 돌아가는 길은 방산펌프장~포동펌프장~갈대밭~부흥교~배수갑문을 거쳐 간다. 돌아오는 방죽도 갈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포동펌프장을 지나면 나타나는 갈대밭은 갯골길 가운데 갈대가 가장 큰 군락을 이루고 있어 특별히 걷는 재미가 더하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가면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만 들린다. 또 갈대밭 사이로 재잘거리며 날아다니는 새소리도 정겹다. 갯골길을 안내하는 솟대도 겨우 꼭대기의 오리모습만 보인다. 갈대밭을 지나면 부흥교다. 이곳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 갯골생태공원으로 갈 수 있다. 계속 방죽을 따라가면 배수갑문과 만난다. 이곳에서 장현천을 건너야 한다. 장현천을 건너면 이정표는 논두렁을 가리킨다. 연밭을 끼고 가라는 이야기다. 계속 장현천의 강둑을 따라 가도 된다. 배수갑문에서 시흥시청까지는 2.2km. 여기까지 오면 다리가 노곤하다. 고속도로 아래로 난 농로도 조금 지루하다. 하지만 끝은 있는 법. 어느새 장현천은 다시 개울로 야위어지고, 아파트와 시흥시청이 시야에 들면 ‘갯골 탐험’도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