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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향기 짙었던 도쿄이야기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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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향기 짙었던 도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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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공예를 하는 사람으로 꼭 가고픈 가죽공예 성지라면, 유럽에서는 이태리의 피렌체, 아시아에서는 가죽공예 시장이 이미 성숙한 도쿄가 아닐까 싶다. 일찍이 일본은 가죽공예시장이 발달되어 현재 규모가 있는 가죽회사가 많고 가죽도구 및 가죽공예 브랜드가 배출되어있다. 제 97회로 12월 6일부터 7일까지 열린 도쿄 레더페어(Tokyo Leather Fair) 는 말 그대로 다양한 가죽 볼거리와 이벤트가 부스별, 층별 각양각색으로 보여 지고 있었다. 매해 2회씩 열리는 도쿄레더페어는 벌써 50여년에 걸쳐 열렸으니 그 체계가 매우 안정적이고, 층별에 따라 색깔이 다른 풍성한 분위기를 엿 볼 수 있었다.


올해의 가죽 유행색과 새로 개발된 가죽들

    단 내 눈을 확 사로잡은 것은 가죽공예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컬러 보드맵과 새롭게 개발된 가죽들이었다. 이전에 패션컨설팅회사에서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디자이너로써 일을 하며 매 시즌 패션의 흐름을 읽고 브랜드에 컬러 및 소재 디자인 등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일을 했던 나에게는 새로운 가죽의 흐름을 제시해 주는 것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느낌이랄까...  어떤 색의 가죽으로 올해의 새 작품을 만드는 가를 결정함에 있어 나의 선호도만이 아닌 소비자의 취향을 읽어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 반가운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앞으로는 일본이나 이탈리아가 아닌 한국에서 가죽 트렌드를 제시하는 날을 기대해 보았다.
    도쿄 레더페어에 입장할 때에는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를 표기하는 입장카드를 쓰게 되는데 그에 따라 다른 색의 명함 목걸이를 받게 된다. 아마도 이런 섬세한 분류로 부스 안에 있는 직원들은 방문자에게 알맞은 설명을 주거나 상담을 돕는다. 대부분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부스는 가죽회사들이여서 다양한 가죽을 보고 상담을 통해 거래를 추진 할 수 있었다. 단 아쉬운 것은 영어를 쓰는 직원이 드물어 영어를 하는 직원이 있는 곳에서만 상담이 가능했었다는 것이다.



베지터블 소가죽들과 사슴가죽, 상어가죽, 전시 되어있는 가죽 제품들의 모습

    새로운 가죽 트렌드 컬러에 못지않게 반가웠던 것은 바로 새롭게 가공된 가죽 질감 및 다양한 가죽 소재를 만나는 것이다. 칼럼을 통해 다시 한 번 다양한 가죽소재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겠지만, 가죽작품을 만들며 어떤 가죽을 쓰느냐에 따라 이미지와 퀄리티가 반 이상은 결정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도쿄 레더페어에서는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표면감이 멋스러운 가죽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한 부드러운 사슴가죽과 강렬한 인상의 상어가죽, 다양한 색감이 멋스러운 베지터블 소가죽 등이 눈에 띄었다. 특히 가방을 만드는 데에 있어 가죽 부속품들의 활약은 그 고급감의 정도를 올리고 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롭게 개발하여 가져온 가방 및 클러치 손지갑 등의 프레임, 다양한 가죽공예 도구들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또한 가죽과 함께 만들어진 작품을 함께 놓는 디스플레이는 가죽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배려있는 연출이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죽공예 시장이 붐을 이루며 가죽공방 및 재료상들이 다양한 지역에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또 그 만큼 빠르게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힌다는 것이다. 공예분야에 유행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 것에는 유행이 아닌 문화로써 우리의 색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도쿄 레더페어를 보며 50여년의 그 긴 세월을 지켜내어 오늘날의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모습을 갖춘 그들이 부럽다. 그리고 양적 성장이 아닌 깊이로써의 차이를 두는 모습은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예문화를 깊이 있게 잘 이끌어가는 문화 강국이 되는 그 날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가죽공예를 깊이 파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