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죽을 처음 접하게 된 것 은 가죽과 모피를 소재로 의류 디자인을 하던 프로모션 회사에 들어가면서였다. 유명 브랜드에 디자인을 제시하는 회사였는데, 늘 샘플실에는 스페인, 이태리 등지에서 수입된 새롭고 질 좋은 가죽이 들어왔고 그 가죽으로 골머리를 싸매며 디자인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을 통해 어떤 디자인이 매출을 올리고 판매에 좋은 디자인인지 노하우를 쌓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정작 가죽이란 무엇인지, 가죽으로 어떤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죽공예를 시작하며 그 깊이를 찾게 된 것 같다. 내 눈으로 직접 고르고 고른 가죽위에 직접 재단을 하고, 자르고, 붙이고, 바느질하며 또는 색을 입히고 무늬를 내며 그 본질과 깊이를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많이 달라진 점은 가죽 소재 그 본연의 매력을 살리는 디자인을 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디자인을 살리는 데에 쓰이는 재료가 아닌, 가죽 소재 자체의 풍부한 개성과 색이 돋보이는 그런 디자인 말이다.
    가죽은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 것에 따라 쓰임새와 디자인이 달라질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이 만들고자하는 작품의 쓰임새와 디자인에 따라 제대로 된 가죽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죽을 사전적 의미에서 찾아보면 몇 가지가 있는데 “동물의 몸에서 벗겨 낸 껍질을 가공해서 만든 물건” 이란 정의가 가장 그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 좋은 해석이라고 본다. 여기에 쓰인 몸에서 벗겨내어 가공한 작업을 “무두질” 이라 말하는 데 쉽게 이야기하면 원피의 상태를 가죽으로 바꾸는 작업을 말한다. 무두질의 공정은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동물의 가죽을 더 질기고, 유연하며, 쉽게 부식하지 않도록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세분화 하자면, 무두질은 어떤 성분으로 무두질 하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 식물성을 사용하면 베지터블 가죽(VEGETABLE TANNED LEATHER), 화학용품을 사용하면 크롬 가죽 (CHROME TANNED LEATHER) 인 것이다. 요즘 부쩍 베지터블 가죽이란 용어를 매체나 SNS에서 많이 입에 오르내리며 공방에 찾아오신 손님 중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여 제작을 요청을 하거나 수강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종종 있었는데, 실제 베지터블 가죽의 장단점을 잘 모르시고 유행하는 고급가죽이라 생각하며 접근하는 점이 아쉬웠었다. 나는 가죽으로 만들어지는 수제품의 경우 그 어떤 부분보다 가죽소재 자체가 차지하는 부분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죽제품을 구매하거나 만들고 싶다면 가죽의 성격을 꼭 잘 이해하고 선택하길 바란다. 앞에 얘기 한 바처럼 내가 원하는 용도와 디자인에 맞게 가죽을 선택해야 오래도록 나의 손때가 묻으며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베지터블 가죽의 장단점 중 장점을 먼저 이야기한다면 일단 친환경적인 공정을 들 수 있다. 주요 공정이 나뭇껍질, 가지, 나뭇잎, 심지어는 열매로 얻을 수 있는 탄닌을 사용하여 공들인 수작업에 의해 긴 시간이 걸린 만큼 고급스러움과 뛰어난 품질을 들 수 있다. 오래 사용할수록 가죽표면에 자연태닝이 진행되어 차원이 다른 자연스러움이 더해져 해지는 것이 아닌 부드러우면서 반질반질한 빈티지한 매력이 멋이 있다. 이런 좋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으로는 오염과 스크래치에 노출이 쉬우며 정밀한 조색과정을 거쳐 가죽염색을 하지만, 생물이었던 가죽과 식물성 염료가 반응을 일으켜 부위마다, 매번의 가죽마다 색상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지터블 가죽의 오염과 스크래치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그 느낌이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우리 사람과 닮은듯하다. 하지만 스크래치나 얼룩에 예민한 분이라면 권하지 않는다. 이런 성격을 알아야 오래 쓰면서 더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장단점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부족한 느낌이라면, 직접 가죽을 고르고 만져 보며 내 감성을 담은 가죽공예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가죽을 알아보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은 베지터블 가죽에 대해 알아보았고 다음 칼럼에서는 크롬가죽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