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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깎은 나무숟가락

2018-03-29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내가 깎은 나무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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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목공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 된 드라마 ‘황금 빛 내 인생’도 그 열풍에 한 몫 했다. 보통 목공이라 하면 커다랗고 시끄러운 목공기계가 떠오르기 마련이고 일반인들이 그 기계들을 사용하려면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공방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컨텐츠들이 적지 않게 있다. 오늘은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대의 수공구 몇 가지만으로 목공의 매력을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우드카빙’이란 작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드카빙이란 조각도, 끌, 나이프 등의 간단한 수공구를 이용해 나무를 깎고 파내어 다듬는 작업이다. 쉽게 생각하면 나무로 하는 조각이다. 주로 스푼, 볼, 주걱, 접시 등을 만든다. 초보자들이 카빙 작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공구는 그리 많지 않다. 먼저 나무를 고정할 수 있는 클램프 혹은 바이스가 필요하다. 다음은 용도에 따른 수공구들이 몇 가지 필요한데, 파내는 작업에 쓰이는 끌이나 조각도, 스푼나이프 등과 끌을 타격할 망치, 바깥부분을 다듬을 카빙나이프, 실톱 정도가 있겠다. 마지막으로 사포와 오일이면 충분하다.



우드카빙작업(左)과 작업시 사용하는 수공구들(右)

    그럼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숟가락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숟가락을 파낼 때에는 '스푼나이프'라고 불리는 공구가 있지만 보통 생목에 사용하기 적합하고 건조된 목재에는 사용하기 어려워 끌 작업을 추천한다. 필자는 보통 작은 사이즈의 환끌과 곡환도를 이용해 작업한다. 먼저 준비한 적당한 두께의 판재에 원하는 형태를 스케치한다. 숟가락의 외곽 라인과 오목하게 파일 부분을 함께 그려주면 된다. 스케치가 완료된 목재는 작업대에 클램프로 단단히 고정시킨다. 무겁고 흔들림이 없는 테이블은 훌륭한 작업대가 된다. 단단히 고정되었는지 확인 후에 환끌을 이용해 파내기 시작한다. 오목하게 파낼 때에는 스케치한 원의 중심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망치로 환끌을 타격해 크게 크게 덩어리를 덜어낸다.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은 천원샵에서 파는 저렴한 고무망치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본격적으로 카빙을 취미삼고 싶은 분들에게는 나무망치를 추천한다. 쇠망치는 수공구를 상하게 하고, 고무망치는 반동이 심해 작업량이 많아지면 손목이 아프다. 어느 정도 볼이 파내졌으면 곡환도를 이용해 안쪽 면을 정리해나간다. 이때 나무의 결 방향을 잘 확인해가며 깎아나가야 한다. 초보자들에겐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수공구의 날이 나무의 결을 파고들어가게 되면 나무가 들리며 깨져 나오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부분을 다시 깎아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에 대한 이해는 글로써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고, 실제로 조금만 작업을 해보면 감이 오게 되므로 간략하게 마치겠다.




    참고로 수공구의 날이 진행하는 방향에 손가락이나 신체가 위치하고 있으면 다칠 위험이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볼 안에 남은 깎아낸 자국은 취향에 따라 남겨놓아도 되고, 매끈하게 정리해도 된다. 자국을 없애려면 둥근 모양의 스크래퍼를 이용하거나 사포로 다듬어내면 된다. 안 쪽 정리를 다 마친 후에는 외곽라인을 잘라내야 한다. 보통 목공방에서는 스크롤쏘나 밴드쏘 등을 이용하면 되지만 기계 없이 실톱으로도 충분하다. 어느 정도 숟가락 윤곽이 나왔으면 손에 들고 카빙나이프로 세밀하게 다듬어나갈 차례다. 이때도 역시 나무의 결을 잘 보고 날을 밀거나 당기는 방향을 수시로 바꿔줘야 한다. 그렇게 한 땀씩 나무를 덜어내다 보면 바닥 가득한 나무 조각들을 볼 수 있다.
    원하던 형태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면 120방 사포로 울퉁불퉁한 부분들을 매끈하게 잡아준 후 220방, 400방으로 표면을 부드럽게 한다. 다음으로는 실제로 사용할 스푼이라면 꼭 해야 할 작업이다. 사용과정에서 일어날 거스러미를 인위적으로 미리 일으켜 최대한 제거해주는 작업인데, 물을 뿌려주고 다시 마르길 기다린다. 마른 후에 만져보면 확인할 수 있는 거칠게 일어난 거스러미를 다시 사포로 없애준다. 세 네 번 정도 반복해주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웬만큼 예방이 된다. 끓는 물에 10분정도 삶아주는 방법도 있다하니 시도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마지막으로 용도에 맞는 오일마감을 몇 차례 해주면 완성이다.
    목공에 관심이 있고 나무를 좋아한다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이 정도면 우드카빙 첫걸음을 내딛는 수준의 가이드는 충분하다고 본다. 지인들 선물용으로 숟가락 몇 개, 뒤집개 몇 개 만들다 보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노하우가 생긴다. 짜맞춤 등의 기타 어려운 목공기술에 비해서 카빙은 직접해보면서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또한 망치로 인한 소음만 조심하면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봄에는 꽃잎을 닮은 나무그릇 하나 깎아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