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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 잡은 스마트팜

2020-08-11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농식품 종합 정보매거진 <농식품 소비공감>

스마트 귀농인
품질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 잡은 스마트팜
'이성희 한길버섯농원 대표'

    이성희 한길버섯농원 대표는 표고버섯을 배지재배하며 사시사철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는 한편, 스마트팜으로 온도와 습도, 환기를 조절하며 효율성을 한 번 더 높였다. 이성희 대표를 비롯한 수많은 농업인에게 첨단 기술은 든든한 조력자다. 기존 농업의 단점을 극복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마트팜만 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Q. 기계공학 전공에서 영농으로 진로를 바꾼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천안공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후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해야 하는 시점이었어요. 아버지가 어디서 표고버섯 배지재배 농장을 보셨는지 “이거 한번 해볼래?” 하시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좋아했거든요. 삼 형제 중에 저만 학교 갔다가 와서는 할머니 따라 밭에 나가 일을 도와드리곤 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보람 있었죠. 아버지께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도 농업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국내에서는 배지재배가 생소한 방법이어서 1년 정도 자료만 찾아봤어요.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정보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배지재배 농가가 전국에 세 군데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중에서 청양의 선도농업인을 찾아가 2년 동안 배웠어요. 거기서 보고 와 여기서 직접 해보면서 표고버섯 재배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죠.
Q. 표고버섯 배지재배 과정을 알려주세요.
    처음에 배지를 만들어서 종균을 접종해요. 그리고 4개월간 표고버섯 균사를 계속 먹입니다. 그 뒤에는 밀봉된 배지의 비닐 윗면을 잘라주고 온도와 습도, 환기를 조절해줘요. 그러면 버섯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겁니다.
Q. 표고버섯 배지재배와 원목재배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표고버섯 배지재배는 신기술에 속해요. 보통은 참나무 토막에 종균을 접종해 표고버섯을 재배하는데, 배지재배는 참나무를 분쇄해 비닐봉지에 넣은 다음 종균을 접종해요. 원목재배는 시작하고 나면 3~4년 후에야 버섯을 수확할 수 있으니까 투자 금액이 회수되기 전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고요. 반면 배지재배는 올해 접종하면 그해에 수확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수확 시기도 조절할 수 있어요. 봄, 가을뿐 아니라 사시사철 버섯을 수확할 수 있죠. 또 원목은 하나당 무게가 30~50kg이 나가서 옮기고 돌리고 세우기가 너무 힘들죠. 그런데 배지는 개당 1.5kg 정도여서 배지 9개가 들어가는 한 통도 15kg밖에 되지 않습니다.


 
Q. 배지재배에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하셨다고요.
    배양실에 스마트팜이 도입돼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온·습도와 환기까지 제어할 수 있죠. 그전까지는 일하는 중간중간 직접 가서 생육 환경을 확인하고 조절해야 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만 확인하면 돼요. 밖에서 일하는 중에 ‘날씨가 좀 덥다’ 싶으면 스마트폰으로 냉방기가 잘 가동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스마트팜이 설치되기 전에는 배양실에 하루에 열 번, 스무 번씩 들어갔는데 이    제는 하루 한 번, 정말 바빠서 시간이 없을 때는 4~5일에 한 번 정도 직접 배양실에 가서 확인하면 됩니다.
Q. 스마트 영농 기술을 도입할 때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최근 스마트팜 도입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청년농업인경쟁력제고사업이 도움이 됐어요. 이런 정보는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나 농촌진흥청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각종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얻는 정보도 있어요. 여러 가지 지원 사업 내용을 보다가 나와 딱 맞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신청서를 냅니다. 그러면 적합성 심사를 거치는데, 저 역시 어린 나이에 농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18년간 여러 기관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군청은 물론이고, 산림청의 지원도 받았고요. 찾아보면 농업인을 위한 지원 사업이 많이 있습니다.
Q.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조언해주신다면.
    표고버섯을 포함해 모든 작물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과 관심입니다. 예로부터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고 해요. 아무리 완벽한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농부가 직접 가서 자주 살펴보지 않으면 작물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작물을 기른다는 건 생명을 키운다는 의미잖아요. 그래서 작물과 계속 대화해야 해요. 혹시 목이 마르지는 않은지 호흡하기 힘들지는 않은지 눈여겨봐야 하죠. 스마트팜이나 데이터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 농사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인력난이에요.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도 1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올랐어요. 배지 생산 라인에 1년에 약 10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버섯 가격은 그대로여서 큰일이죠. 그런데 중국에서 자동 생산 기계를 개발했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10명이 필요한 일을 1명이 할 수 있어요. 내년쯤 그 시스템을 저희 농장에도 도입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TIP] 이성희 대표가 추천하는 농업 정책
    초보 농업인이라면 각 지역 귀농·귀촌 학교와 농업기술센터의 멘티·멘토링 사업을 통해 농업 현장을 경험해볼 수 있고, 농촌교육센터, 농업기술원, 농촌진흥청 등에서 작물 재배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무작정 영농에 뛰어든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영농에 관해 알아보는 농업인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며 정부 지원사업 선정을 위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글 강나은 / 사진 장성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