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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약사가 말해주는 상비약 유효기간과 보관방법
'허가된 저장 방법에 따라서 보관했을 때 약효가 유지'

오늘은 약의 유효기간과 보관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약 포장 겉면에 표시되어 있는 날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약에는 사용기간 (혹은 유효기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사용기간이란, 의약품을 허가된 저장 방법에 따라 보관했을 때 효능과 품질이 유지된다고 예상되는 기한이며 약효가 90퍼센트 남은 시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러한 의약품의 사용기간은 식약처가 고시한 ‘의약품 등의 안전성 시험기준’에 따른 안정성 시험 중 장기보존 시험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요. (장기보존시험은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안정성 시험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의약품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성분의 변성이 발생하지 않고 제대로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함량이 유지되어야 하며, 이런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용기간과 보관조건을 알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약과 독은 투여량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현대 약학의 아버지 파라켈수스의 명언과, 허가된 저장 방법에 따라서 보관했을 때 약효가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아스피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볼게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껍질과 버드나무 잎의 해열 진통 효과에 착안해서 독일 바이엘사에서 개발을 시작해서 1897년 발매된 약인데요. 처음 개발 당시보다 현재 더 많은 효능이 알려져 있고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는 약이지요.
자 여기서 약과 독의 관계, 그중에서도 아스피린의 약의 용량에 따른 두 가지 용법과 약의 효능에 따라오는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스피린은 용량이 달라지면 적응증이 달라지는 특이한 약인데요, 처음 버드나무껍질에서 추출해서 사용하던 살리실산성분의 약은 해열 진통 효과가 뛰어났지만 속 쓰림, 오심, 구토 등의 위장장애가 너무 심했다고 합니다.
바이엘사에서 이런 위장장애를 개선해서 신약으로 개발한 약이 아스피린 500mg 정제인데요, 진통 해열 효과나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소염 효과 등은 뛰어났지만 아무리 불편함을 줄였다고 해도 위장장애를 완전히 개선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이나 열로 인해 빈속에 이 아스피린정을 복용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평소 위장장애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갑자기 속이 불편해지면서 복통과 때로는 위장 내 출혈까지 유발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특히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이런 부작용이 훨씬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아스피린정을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러한 위장관 출혈은 아스피린의 진통 효과에 수반되는 위점막 손상과 함께 피를 묽게 하는 작용(항응고작용)이 더해져서 나타나는데요, 이렇게 보면 항응고효과는 아스피린의 부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항응고 효과는 차후 아스피린의 약리기전이 자세히 밝혀지면서 아스피린의 용량을 100mg으로 줄여 심뇌혈관질환자의 혈액순환제로 새롭게 사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약이 아스피린 100mg장용정인데요, 위장장애를 줄이기 위해 장에서 녹는 장용정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아스피린 100mg을 매일 복용하는 환자가 발치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발치 1주일 전에 이 약의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발치 후 지혈이 되지 않아서 과다 출혈로 고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발치뿐만 아니라, 손이 칼에 베였을 때도 지혈이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혹은 멍이 쉽게 들거나 코피가 자주 난다면 아스피린정을 복용해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닌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아스피린정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인데요, 아스피린정을 16세 이하 아이들의 열감기에 복용했을 때에는 라이증후군 발생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2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가와사키병에는 아스피린정이 특효약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스피린정, 여러분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약이죠? 약이 정말, 양날의 검처럼 다양한 작용과 부작용을 가지는구나 하고 느껴지시나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약을 개발할 때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며 만들게 되는데요, 위장장애를 줄이면서 약효를 나타내기 위해, 우리 몸에서 대사가 된 이후 약효를 발휘하도록 특수하게 만들기도 하는 등 새로운 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무수한 세월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힘들여 의약품을 만들고 나서 행해지는, 앞서 언급한 장기안전성 시험은 필수코스입니다. 이 시험에서 실온 보관으로 표기된 약은 25±2℃/상대습도 60±5%의 조건하에서 몇 년간 보존하며 약효와 부작용에 관한 연구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실온 보관 약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온도와 습도가 달라지고 세균 감염의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약 포장 겉면에 적혀 있는 기한까지 약효가 유지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온도와 습도, 빛의 작용에 의해 약효가 줄어들 때 동반되는 부작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허가된 저장 방법에 따라 보관되었다 하더라도 사용기한이 지났다면, 제약회사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렇듯 약은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대부분 약의 사용기간은 2∼3년 정도이지만 모든 약이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기간을 꼭 확인해야 하는데요,
일반의약품은 약 포장 겉면에 사용기한이 적혀 있으므로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약을 개봉하게 되면 유효 기간이 줄어든다는 것과 빛과 습기가 적은 실온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 꼭 기억해 주세요.





자 그럼 상비약의 유효기간과 보관 방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까요?
상비약의 유효기간과 보관 방법
1. 1정씩 개별 포장되어 있고 포장 용기에 보관된 약은 사용 기간 끝까지 복용 가능하다.
2. 한 용기에 덕용으로 들어있는 약은 개봉 후 6개월 이내까지 복용 가능하다.
3. 1포씩 포장된 처방 조제약은 약 봉투 내에 보관하면서 처방대로 복용하면 사용기한 내에 모두 복용할 수 있다. 만일 복용하지 않고 남아 있는 포장 조제약이 알약이라면 처방일에서 2개월까지, 가루약이라면 처방일에서 1개월까지 복용 가능하다.
4. 처방된 시럽은 처방 일수를 사용기한으로 보고 복용한다. 남아 있는 시럽이 완제품이라면 개봉 후 28일 이내, 시럽 병에 소분된 약은 2주 이내 복용하고 항생제 시럽 등 건조 시럽을 조제한 경우라면 냉장과 실온을 구별하여 보관하여야 하며 일주일이 지나면 폐기하도록 한다. 약국에서 구입한 시럽 중 병 포장 제품은 개봉 후 28일 이내에 사용한다.
5. 안약과 안연고는 개봉 후 28일이 지나면 폐기한다. 1회용 점안제는 개봉 후 하루가 지나면 폐기한다.
6. 완제품 연고는 개봉 후 6개월, 통에 덜어온 연고는 1개월이 지나면 버리도록 한다.
7. 포장 용기와 설명서가 없거나, 유효기한을 알 수 없는 약은 폐기한다.
8. 개봉 후 의약품의 색이 달라졌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면 사용기한이 지나지 않아도 폐기한다.
9. 좌제 등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할 약만 냉장고에 두고 사용 기간을 잘 확인한다.
10. 1년에 두 번은 각 제품의 사용 기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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